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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도서] "유령의 마음으로 - 임선우" 독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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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컨텐츠는 책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해주세요.

유령의마음으로

 

[도서정보]

ㅇ 저자 : 임선우

ㅇ 출판 : 민음사

ㅇ 발행 : '22.03.25

ㅇ 책소개

어느 날, 나와 꼭 닮았지만 나보다 정확한 마음을 가진 유령이 나타난다면?

신인 소설가 임선우의 첫 소설집 '유령의 마음으로'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이미 임선우라는 이름과 마주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2019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임선우는 고요하고도 능청스러운 환상을 부려 놓은 소설들을 착실히 발표해왔으며 풍경이 다른 섬들처럼 다양한 매력을 지닌 여덟 편의 작품들이 마침내 한 권의 책으로 엮여 나왔다.

현실은 막막하고 관계는 지난하고 일상은 그 모든 막막하고 지난한 것들이 반복되는 무대다. 평범한 일상에 아무런 예고 없이 펼쳐지는 임선우식 환상은 나와 타인의 관계의 문을 열어주는 매개임과 동시에 나 자신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위한 역할로서 작용한다. 이러한 평가는 곧 타인과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가 소멸해가고 있는 현실에 임선우의 소설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에 대한 답이 되어 준다. 유령, 변종 해파리, 나무가 된 사람 등 환상적 존재들은 일상적인 사건처럼 삶에 스며 인물들을 긴긴 생각에 잠기도록 만든다. 왜 내 삶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나와 똑같이 생긴 유령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쉬이 끝나지 않는 고민들은 점점 인물의 삶 전반에 대한 고민으로 넓어지고 독자들의 곁에도 어느새 책 속 유령이 건넨 따스한 생각들이 깊숙이 스며 있을 것이다.

 

[줄거리/책 내용 기록하기]

<유령의 마음으로>

어느 날 일하던 빵집에 나와 똑같이 생긴 유령이 나타났다. 유령의 능력이라면 그저 나의 마음과 완벽히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 유령과 모든 일과를 함께해가며 나는 유령의 마음과 그와 똑같이 생긴 나의 마음과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

 

# 집에 돌아와서는 씻고 불을 끄고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참았던 눈물이 흘렀다. 정수에 대한 내 사랑이 소멸해 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정수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정수와 헤어지기 위해서 정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천장을 바라보며 나는 한동안 소리없이 울었다. 울고 있다는 사실을 유령에게 들켰을 테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 특별할 것 없던 오후, 유령은 내 어깨에 기대어 있다가 스르르 사라졌다.

 

<빛이 나지 않아요>

닿기만 해도 해파리로 변하게 만드는 변종 해파리가 나타났다. 변종 해파리는 바닷속에서도 환한 빛을 뿜는다. 그 빛은 사람을 홀려 해파리로 변하고 싶도록 만든다는 소문이 돈다. 자진해서 해파리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돕는 일자리를 갖게 된 나는 한 고객의 곁을 지키며 오래 이야기를 나눈다.

 

# 나로 말하자면 3일에 한 명 꼴로 해파리를 만들어 내는 중이었다. 살기에는 지쳤고 죽기에는 억울한 사람들은 해파리만큼이나 많았다. 구가 예상했던 대로 나는 고객들의 변신에 점차 무뎌졌다. 무슨 일이든 처음보다는 두 번째가, 두 번쨰보다는 열 번쨰가 쉬운 법이었다.

 

#김지선씨는 언제부터 김지선씨가 아니게 되는 것일까? 인간에서 해파리로 넘어가는 정확한 시점은 언제일까. 얼굴이 지워지는 순간? 심장이 사라지는 순간? 아니면 뇌? 해파리로 변한 인간에게서 인간의 흔적을 찾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일까?

 

# 구가 음악을 그만뒀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한 번도 그만둔 적 없는데, 구는 언제 그만둔 것일까. 나는 우리가 예전으로 돌아가길 바랐는데, 구는 언제부터 새로운 미래를 그린 것일까. 구와 내가 매일 함께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나누지 않는 사이가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 인터넷에서는 인간이 해파리 빛을 보면 좀비처럼 달려드는 것으로 묘사하잖아요.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저는 그날 한없이 바다를 바라보았어요. 단 한 번만이라도 저렇게 환하고 아름답게 빛날 수만 있다면 삶에 미련이 없을 것 같았어요.

 

# 저는 해파리가 되지 않으려고 저도 모르게 버틴 것 같아요. 제가 제일 자신 있는 게 버티는 일이거든요. 결혼 생활도 20년 넘도록 버텼고, 남들이 한 달이면 그만 둘 일도 저는 끝까지 했어요.

 

# 죽집 사장이 들어서고, 집 안의 공기가 달라지는 순간, 나는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자응ㄹ 본 지선 씨는 미련을 버리는 대신 그를 게속해서 사랑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지선씨는 너무나도 인간적이었고 조심스럽다가 능청스럽다가 웃음을 터트리는 지선씨는 그 어느 떄보다도 지선 씨여서 나는 지선 씨가 영원히 해파리가 아닌 지선 씨로 남게 될 것이라고 짐작했다. 동시에 나는 이 일을 더는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밤에 우리는>

나는 난임 클리닉에 다니며 자주 지나던 신촌역 앞에서 중학교 때 친구 금옥을 만난다. 등에 커다란 십자가를 메고 전도 중인 금옥. 오래 전 어색하게 멀어졌던 금옥은 나를 자신의 집에 데려가 음식을 해준다. 그 이후 둘은 매주 따로 약속을 하지 않고도 신촌역 앞에서 만나 금옥의 집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서로에 대해 천천히 다시 알아간다.

 

# 동그라미 밑에는 작은 글씨로 '가족'이라고 적혀있었다. 그 날이 무슨 날이었더라. 이번 달은 추석이 있어서 따로 가족 모임이 없었다. 시댁 식구들 생일도 겨울에 몰려 있었다. 별생각 없이 달력 앞장을 넘겨 보았다. 8월에는 파란 동그라믿르이 훨씬 많았다. 넷째 주와 마지막주에는 동그라미들이 연달아 있기도 했다. 나는 그것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천천히 앞장을 넘겼다. 또 넘겼다. 계속해서 넘겼다. 파란 동그라미는 무섭게 계속되었다. 나는 동그라미가 무슨 날들인지 알 것 같아 눈물이 났다.

 

# 같이 웃다가 우리는 천천히 얘기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길었고 우리는 자주 쉬어 갔다. 하나가 말하면 다른 하나는 얘기가 끝날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대신 상대의 눈을 들여다보며 온몸으로 잣니이 얘기에 집중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우리는 함께 무언가를 지나가고 있었다. 더디지만 분명한 방향으로 모난 곳 없이 부드럽게 부풀어 오르는 시간을 지나 우리는 처음으로 우리가 그리는 목적지에 도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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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가서 자야지>

나는 조에게서 반려 도마뱀 김재현이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는다. 김재현을 찾기 위해 건물 배관을 모두 뒤지던 조는 윗집에서 도마뱀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찾아가 청소를 해 주는 대신 도마뱀을 찾아봐도 괜찮겠느냐고 부탁한다. 몇 차례의 방문에도 김재현은 보이지 않고 나와 조, 그리고 윗집 주인은 점점 친밀한 관계가 된다.

 

# 언제부터야? 언제부터 김재현을 봤다고 속인거야? 찬장에서 소리 났다는 것도 거짓말이었어? 정우는 무슨 소리냐고 했다. 조는 대답하지 않고 현관문 쪽으로 걸어갔다.

 

<동면하는 남자>

극단이 망하고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는 어느 날 수상한 남자의 의뢰를 받는다. 자신이 변온동물이 되어 동면에 들어가야 하니 땅에 묻히는 것을 도와주면 1천만 원을 주겠다는 의뢰였다. 나는 그의 부탁 앞에 고민에 빠진다.

 

# 의뢰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어요. 내가 감독에게 말했다. 감독은 아까전부터 사이트 의뢰 게시판을 새로고침 중이었다. 나를 지키려고 남을 해치는 사람들이요. 주경아 그건 모두가 그래. 감독은 모니터에서 눈을 뗴지 않은 채 대답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감독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그러자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다. 왜 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진실에 가까워지는지.

 

<알래스카는 아니지만>

문득 발바닥이 따가워 바닥을 살펴보니 요구르트 빨대가 바닥을 뚫고 나와 있다. 빨대를 뽑아 버리고 며칠 뒤 아랫집 여자가 찾아와 혹시 빨대를 못 보았느냐고 묻는다. 자꾸만 천장에서 흰 가루가 떨어져 어쩔 수 없이 꽂아 둔 빨대라는 것. 나는 식탁에 마주 앉아 여자의 이야기를 듣는다.

 

#고양이들은 나에게 말했다. 수영아, 네가 힘든 이유는 네가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이기 때문이야. 봐 봐, 너는 우리를 이해하잖아. 겉돌고 떠도는 것,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 도망치는 삶이 어떤 건지 너는 알고 있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막혀 있던 마음이 탁, 하고 트이더니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내가 회사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는 이유는 내가 고양이이기 떄문이구나. 사실을 알게 된 뒤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다음 날부터 나는 회사에서 사장의 불쾌한 농담에 웃지 않았고 점심시간이 되면 혼자 밥을 먹었다. 나를 미쳤다고 소문 낸 동료의 차를 못으로 긋기도 했다. 고양이에게 날카로운 발톰이 필요한 이유를 그때 처음 깨달았다. 철저히 혼자가 되었지만 전처럼 낙담하지는 않았다. 구박과 외로움은 내게 당연했다. 끔찍한 인간들 사이에서 나는 유일한 고양이니까. 그 사실을 받아들이자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편안했다.

 

# 복수가 끝나면 나는 알래스카로 떠날 생각이다. 신호등보다 빙하가 많은 곳. 영영 녹지 않는다는 만년설이 반짝이는 곳. 그곳에서 남은 시간을 인간도 아니고 고양이도 아닌 얼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얼음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무엇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인간에서 고양이도 되었으니 고양에서 얼음이 되지 못할 것은 무엇이겠어..

 

# 내가 괴로운 이유는 성철이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언젠가부터 복수를 미루고 있었다. 쌓인 눈 핑계를 대면서 발목이 저리다는 핑계를 대면서 그 밖에 괜한 핑계들을 만들어 가면서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성철이를 저버리고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성철이를.

 

<커튼 콜, 연장전, 라스트 팡>

늦은 밤 편의점에 가다 돌풍에 떨어진 중국집 간판을 맞고 즉사한 나는 저승사자로부터 100시간의 유예 시간을 부여 받고 이승을 떠돌게 된다. 마지막으로 들를 장소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아 동네 카페에 자리 잡은 나는 옆 테이블에서 오늘 저녁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이 열린다는 소식을 엿듣고 그리고 향한다.

 

#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인사하시거나 평소 꿈꿔 왔던 일을 해 보세요.

 

# 자신의 손으로 버튼을 누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가수가 되려고 지금까지 노력했는데 버튼을 누름녀 그게 다 무효가 될 거 아니야. 그러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런 마음은 대체 어떤 마음일까. 끝까지 버티면서까지 지켜 내고 싶은 것이 있는 마음은. 

 

# 같은 날 오전 7시 13분 강남대로변에 위치한 초대형 옥외 전광판은 3분 21초동안 오류가 났다. 출근길 도로 위에 갇힌 사람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던 사람들, 창밖에 내다보던 사람들은 명품 정장 광고가 흘러나오던 전광판이 별안간 꺼져 버리는 모습을 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화면의 정중앙에는 작은 흰색 원이 생겼다. 그 원이 서서히 커지는 모습을 사람들은 지켜보았다. 이랑이 해냈구나.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지하철 플랫폼에서 내가 이랑의 귀에 대고 속삭였던 말은 데뷔 무대에 서 보라는 것이었다. 3분 21초. 노래 한곡이 온전히 흘러가는 시간. 그 시간동안 나는 이랑을, 그 눈부신 데뷔 무대를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바라보았다. 이랑은 지금 이 순간을 오래도록 기다렸을 것이다. 나는 아무 망설임없이 전광팡 안으로 뛰어드는 영혼을 상상해 보았다. 원이 커질수록 화면은 점점 환해졌고, 마침내 전광판이 온통 새하얀 빛으로 변한 순간, 근사한 일이 일어나싿. 전광팡에서 흘러 나온 빛이 도시를 비추기 시작한 것이다. 눈처럼 희고도 밝은 빛은 캄캄했던 도시의 방들과 어두웠던 도시의 골목들을 한순간에 환하게 밝혔다. 쏟아지는 빛 속에 선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는 힘껏 박수를 쳐싿. 그러자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갑자기 모든 것이 그리워질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수많은 얼굴을, 주말 아침의 영화를,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던 야구공을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그것들을 마지막으로 떠롤려 보기 위해서 나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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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마음으로:임선우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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