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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도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프랑수아즈 사강" 독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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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컨텐츠는 책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도서정보]

ㅇ 저자 : 프랑수아즈 사강

ㅇ 카테고리 : 프랑스소설

ㅇ 발행 : 2008.05.02

ㅇ 책소개

사강이 그려낸 난해하고 모호한 사랑의 감정!
프랑수아즈 사강의 작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전혀 다른 두 사랑 앞에서 방황하는 폴의 심리를 중심으로, 그녀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연결된 로제와 시몽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였다. 프랑스 문단의 '매력적인 작은 괴물'이라 불리는 사강이 스물넷의 나이에 쓴 이 작품은, 일상을 배경으로 난해하고 모호한 사랑의 감정을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실내장식가인 서른아홉의 폴은 오랫동안 함께 해온 연인 로제에게 완전히 익숙해져 앞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폴과 달리, 구속을 싫어하는 로제는 마음이 내킬 때만 그녀를 만나고 다른 여자로부터 하룻밤의 즐거움을 찾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로제를 향한 폴의 일방적인 감정은 그녀에게 깊은 고독을 안겨준다.
그러던 어느 날, 폴은 몽상가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의 시몽과 만난다. 시몽은 폴에게 첫눈에 반해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펼치기 시작하고, 그런 시몽의 태도에 폴은 불안감과 신선한 호기심을 느낀다. 젊고 순수한 청년인 시몽으로 인해 폴은 행복을 느끼지만, 그녀가 세월을 통해 깨달은 감정의 덧없음은 시몽의 헌신적인 사랑 앞에서도 그 끝을 예감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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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책 내용 기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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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로제, 이따금 좀 외롭고 늙은 것 같고, 당신 뜻을 따르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건 사실이야. 하지만 나느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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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당신, 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사랑을 스쳐 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물르 소홀히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이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그 대신 고독형을 선고합니다."

그는 말을 멈추고는 포도주를 한 모금 길게 마셨다. 폴은 반박하지 않았다. "무시무시한 선고로군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가장 지독한 형벌이죠. 저로서는 그보다 더 나쁜 것, 그보다 더 피해야 할 것을 달리 모르겠습니다. 제겐 그보다 더 두려운

게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겁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입밖에 내어 말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저는 때때로 고함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나는 두려워, 나는 겁이나, 나를 사랑해 줘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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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아를 잃어버렸다. 자기 자신의 흔적을 잃어버렸고 결코 그것을 다시 찾을 수 없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녀는 열린 창 앞에서 눈부신 햇빛을 받으며 잠시 서 있었다. 그러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는 그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가 아직도 갖고 있기는 할까? 물론 그녀는 스탕달을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고, 실제로 자신이 그를 좋아한다고 여겼다. 그것은 그저 하는 말이었고 그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어쩌면 그녀는 로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다고 여기는 것뿐일지도 몰랐다. 아무튼 경험이란 좋은 것이다. 좋은 지표가 되어 준다. 스무 살 때 그랬던 것처럼 그녀는 누구에겐가 속내를 털어놓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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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자유로운 남자야." 그가 살짝 인상을 쓰며 대답했다. 어쨌든 이 여자와 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일은 없으리라! 여자는 보도 위를 종종걸음으로 달려가서는 현관 너머로 손을 흔들어보였다. 그는 차를 출발시켰다. "난 자유로운 남자야" 라는 자신의 마지막 말이 그를 좀 불편하게 하고 있었다. 그것은 '책임에서 자유로운 남자'라는 뜻이었다. 그는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가능한 한 빨리 폴을 만나고 싶었다. 그녀만이 그를 안심시킬 수 있었고 그녀는 그렇게 해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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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역시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녀는 두려움에 사로잡혔고, 이제는 무의식적으로 그가 자신을 보러 와주기를 자신이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녀는 더이상 견딜 수 없었다. 겨울의 단조로운 나날, 고독한 그녀 앞에 끝없이 펼쳐진 집과 상점 사이의 똑같은 길들, 로제 아닌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수치심과 더불어 수화기를 든 것을 후회하게 만드는, 지독히도 배신감을 느끼게 하는 전화, 그리고 영영 되찾을 길 없는 긴 여름에 대한 향수, 그 모든 것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무슨 일인가 일어나야 한다' 라는 절박감과 더불어 그녀를 무력하고 수동적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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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특히 자신의 친구들이 어조를 달리해 "혹시 사실이야, 폴?" 이라고 하며 이 일에 대해 물어 올 것이라고 폴은 생각했다. 사람들의 험담이나 앞으로 강조되어 드러날 시몽과의 나이 차에 대한 두려움 이상으로 그녀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모욕감이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신이 나서 떠들어 댈까? 그녀 자신은 스스로가 늙고 지쳤다고 생각되어 약간의 위안을 얻으려는 것뿐인데, 그들은 그녀가 젊은 남자나 좋아한다며 요란스럽게 입방아를 찧어대리라. 사람들이 자신에게 입에 발린 말을 하는 동시에 잔인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자 그녀는 구역질이 났다. 그런 경우를 수없이 보아 오지 않았던가. 로제에게 배신당하자 그녀는 "가엾음 폴"이라고 불리는 한편 "지독히도 독립적인 여자"라는 말도 들었다. 그녀가 젊고 미남이지만 지루하기 짝이 없는 남편 곁을 떠났을 때에도 사람들은 비난과 험담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이번에 야기될 경멸과 시샘이 뒤섞인 그들의 반응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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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불안했다. 그들이 저녁 6시에 만나는 게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그에게 할 수 있을까? 다른 한편 매일 저녁 그가 작은 자동차에 탄 채 문 앞에서 조바심을 내며 자신을 기다려 주리라고 생각하자 그녀는 벅찬 행복감을 느꼈다... 매일 저녁 누군가 나를 기다려 주다니. 저녁 8시에 기분이 내키면 방심한 태도로 전화나 걸어오는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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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만나자고 하면 언제나 그녀가 만나 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만큼 파리에서는 만남의 간격을 띄우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곳으로 떠나오자 그는 그녀를 정복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매달렸던 연애 초기처럼 그녀를 잃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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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전화를 끊었다. 어쨌든 그는 그녀에게 도움을 청한 셈인데 그녀가 그것을 거절한 것이다. 그녀가 그에게 품었던 그 잘난 사라잉 고작 이거란 말인가!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옳았다는 것, 자신에게는 정당한 요구를 할 권리와 그로 인해 괴로워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막연하게 느꼈다. 어쨌든 그녀는 이제 열정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여자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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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걸 문제 삼고 있는 게 아냐. 오히려 당신이 그것을 문제 삼지 않게 하려는 거야. 당신은 당연히 내게 그런 일을 감추고 싶겠지. 하지만 내게 그런 걸 감출 필요가 없어. 나는 어린애가 아냐 폴. 내게는 당신을 이해할 능력도, 당신을 도울 능력도 있어. 알다시피 난 지금 당신과 함꼐 있어서 무척 행복해. 하지만 내가 바라는 건 그 이상이야. 난 당신도 나와 함께 있어서 행복했으면 좋겠어. 지금 당신은 행복해지기에는 지나치게 로제에게 집착하고 있어. 당신은 우리의 사랑을 우연한 것이 아니라 확실한 그 무엇으로 받아들여야 해. 내가 그렇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이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그는 힘들여서 침착하고 차분하게 말하고 있었다. 폴은 경이와 희망에 차서 그의 말을 들었다. 그녀는 그가 별생각 없이 지내고 있다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가 완전히 새로 시작할 수 있다고 그는 믿고 있었다. 어쩌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알다시피 나는 경솔한 사람이 아냐. 나느 스물다섯살이야. 당신보다 먼저 세상을 살진 않았지만 앞으로 당신이 없는 세상에선 살고 싶지 않아. 당신은 내 인생의 여인이고 무엇보다도 내게 필요한 사람이야. 나는 알아. 당신이 원한다면 내일이라도 당신과 결혼하겠어."

"난 서른아홉살이야." 그녀가 말했다.

"삶은 여성지 같은 것도 아니고 낡은 경험 더미도 아니야. 당신은 나보다 열네 해를 더 살았지만 나는 현재 당신을 사랑하고 있고, 앞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당신을 사랑할 거야. 그뿐이야. 나는 당신이 자신을 천박한 수준, 이를테면 그 심술쟁이 할망구들의 수준으로 비하시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어. 지금 우리의 문제는 로제뿐이야. 다른 건 문제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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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녀에게 설명했다. 여자들을 조심했어야 했다고, 자신이 경솔했다고,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임을 잘 알고 있다고. 그는 그녀가 줄곧 자신만을 기다려 주지 않은 것을 원망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들은 그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 하지 말자고 했다. 그녀는 "그래, 그래, 그러자, 로제" 라고 맞장구쳤다. 그녀는 좀 더 울고 싶기도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싶기도 했다. 익숙한 그의 체취와 담배 냄새를 들이마시자 구원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울러 길을 잃은 기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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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기도 전에 그녀는 로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미안해. 일 떄문에 저녁 식사를 해야 해. 좀 늦을 것 같은데...."

 

 

[감상문]

고전소설의 편견을 깨준 소설이다. 폴과 로제의 관계, 폴과 시몽의 서사를 잘 쌓아가고 폴의 감정을 너무 잘 그려낸 소설이다. 점점 폴과 시몽이 가까워지는 과정도 흥미진진하고 로제와 시몽의 비교되는 모습도 재밌다.

그리고... 일상의 익숙함이 좋은걸까. 진정으로 그 사람을 사랑한게 아니라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어쩜 가스라이팅을 당한건 아닐까. 사실 지금의 난 폴의 입장과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폴이 다른 사람을 만나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는 로제.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하지 않는 로제인데 그런 그의 성향을 알면서도 왜 폴은 로제를 용서하고, 오히려 편안함과 안도감을 느끼며 다시 시작하기로 한 것일까. 마지막 결말은 역시나 제 버릇 남 못주고, 사람은 고쳐쓰지 못한다고 너무 충격적이었다. 나만을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바라봐주는 시몽을 버리고 결국 로제에게 돌아가기로 하지만, 새롭게 시작하자마자 익숙한 반복과 권태를 느끼며 그것조차 이미 예상해버린 폴이 너무 안타깝고 로제가 밉기만 하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는 제목은 ?가 아니라 ... 말 줌임표가 들어가는데 그 물음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는 폴의 마음이 담겨있는 제목이라고 한다. 브람스를 좋아하는지, 음악에 대한 기호는 갖고 있기나한지.... 새로운 만남의 기회를 만들어가자는 시몽의 권유를 복잡한 질문으로 해석하며 자신의 내면에만 머무는 폴. 그의 열정이 마냥 부담스럽기만 했을까? 나이차이가 벽이었을까? 결국은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면 새로운 경험이란 좋은 지표가 되는 것이니 놓치지 말고 경험해보는게 좋을 것 같다. 결국은 로제에게 돌아가긴 했지만 폴이 시몽을 만나긴 했으니.... 어쩄든 최종 결말이 충격적이면서도 안타까운 소설이다.

 

[생각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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